제로웨이스트라고 하면 텀블러나 장바구니, 분리배출부터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전기 역시 줄일 수 있는 자원입니다.
특히 주방에는 냉장고,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전기포트, 식기세척기 등 다양한 가전제품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냉장고는 24시간 가동되는 만큼 사용 습관을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거나 불편하게 생활할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가전제품을 사용하더라도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 이것 역시 지구를 위한 실천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제로웨이스트 생활 12편에서는 돈을 들여 새로운 친환경 가전을 구입하기보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주방가전부터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10가지를 알아보겠습니다.
1. 냉장고 문을 열기 전에 무엇을 꺼낼지 생각하기
냉장고 문을 열고 한참 동안 안을 바라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오늘 뭐 먹지?”
고민하면서 냉장고 문을 계속 열어두면 내부의 찬 공기가 빠져나가고 외부의 따뜻한 공기가 들어옵니다.
이후 냉장고는 다시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 작동해야 합니다.
미국 에너지부(DOE)도 냉장고 문을 필요 이상으로 오래 열어두지 않는 것을 에너지 절약 방법 가운데 하나로 안내합니다.
따라서 냉장고를 열기 전에 무엇을 꺼낼지 먼저 생각하고 한 번에 꺼내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작은 행동이지만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되는 만큼 꾸준히 실천하기 좋습니다.
2. 냉장고 속 식재료 위치를 정해두기
냉장고 문을 오래 열어두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원하는 식재료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달걀은 여기, 반찬은 저기, 채소는 아래쪽처럼 기본적인 위치를 정해두면 필요한 음식을 빠르게 찾을 수 있습니다.
투명한 보관용기를 활용하거나 용기 앞쪽에 식재료 이름과 보관 날짜를 표시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 방법에는 또 하나의 장점이 있습니다.
냉장고 속에 무엇이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식재료를 중복해서 구입하거나 오래 방치해 버리는 일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즉, 전기 절약과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를 동시에 실천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3. 냉장고를 지나치게 꽉 채우지 않기
장을 많이 본 날에는 냉장고 안에 식재료를 빈틈없이 넣기도 합니다.
하지만 냉장실을 지나치게 꽉 채우면 내부의 차가운 공기가 원활하게 순환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냉동실은 이미 얼어 있는 식품들이 서로 냉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 냉장실과는 조금 다르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품마다 구조와 권장 적재량이 다르므로 사용 중인 냉장고 제조사의 사용설명서를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냉장고를 창고처럼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오래된 식재료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면 공간도 확보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습니다.
4. 뜨거운 음식은 적절히 식힌 뒤 냉장고에 넣기
갓 끓인 국이나 찌개를 바로 냉장고에 넣으면 내부 온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음식을 오랫동안 실온에 방치해서도 안 됩니다.
식품 안전을 위해 조리한 음식은 적절하게 식혀 신속하게 냉장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냉장이 필요한 음식이나 남은 음식은 일반적으로 2시간 이내에 냉장 또는 냉동하도록 권고합니다. 기온이 매우 높은 환경에서는 이보다 더 짧은 시간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큰 냄비에 담긴 음식이라면 작은 용기에 나눠 빠르게 식힌 뒤 냉장 보관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전기를 아끼겠다고 식품 안전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꼭 기억하세요.
5. 냉장고 온도를 필요 이상으로 낮추지 않기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하려고 냉장고 온도를 무조건 낮게 설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낮은 온도로 설정하면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 FDA는 식품 안전을 위해 냉장고를 약 4℃ 이하, 냉동실은 약 -18℃ 이하로 유지하도록 안내합니다.
다만 냉장고의 권장 설정은 제품과 보관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제조사 권장 온도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냉장고 온도는 ‘가장 낮게’가 아니라 식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으로 설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6. 냉장고 문 패킹 상태 확인하기
냉장고 문 가장자리에는 차가운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고무 패킹이 설치돼 있습니다.
오래 사용하면 패킹에 음식물이나 먼지가 끼거나 손상될 수 있습니다.
문이 제대로 밀폐되지 않으면 냉기가 빠져나가면서 냉장고가 더 자주 작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패킹 주변을 닦아주고 문을 닫았을 때 틈이 생기지 않는지 확인해 보세요.
DOE의 Energy Saver에서도 냉장고 문 밀폐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하면 씰을 교체하는 것을 효율적인 냉장고 사용 방법으로 안내합니다.
새 가전을 사기 전에 지금 사용하는 가전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친환경 습관입니다.
7. 전기밥솥 보온 시간을 줄여보기
한국 가정에서 자주 사용하는 주방가전 가운데 하나가 전기밥솥입니다.
아침에 밥을 하고 저녁까지 보온하거나 하루 이상 계속 보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온 기능도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장시간 유지하면 그만큼 에너지 소비가 이어집니다.
남은 밥을 오랫동안 보온할 필요가 없다면 한 끼 분량으로 소분해 냉동한 뒤 필요할 때 데워 먹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밥이 오랫동안 밥솥 안에서 마르거나 맛이 떨어져 결국 버려지는 것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냉동한 밥은 적절하게 보관하고 충분히 가열해 섭취해야 합니다.
8. 전기포트에는 필요한 만큼만 물 끓이기
커피 한 잔을 마시려고 전기포트에 물을 가득 넣어 끓이고 있지는 않나요?
필요한 물보다 훨씬 많은 양을 가열하면 그만큼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차 한 잔이라면 한두 잔에 필요한 정도만, 컵라면을 먹는다면 필요한 물의 양을 확인한 뒤 끓이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단, 전기포트에는 제품마다 최소·최대 물높이 표시가 있으므로 반드시 안전 기준을 지켜야 합니다.
이 작은 습관은 전기뿐 아니라 물 사용량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9. 전자레인지와 적절한 조리기구 활용하기
남은 음식 한 접시를 데우기 위해 큰 오븐을 오랫동안 예열하는 것보다 상황에 맞는 작은 조리기기를 사용하는 편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는 작은 양의 음식을 조리할 때 전자레인지나 토스터 오븐 같은 소형 조리기기가 일반 오븐보다 에너지를 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가스레인지나 전기레인지에서 냄비를 사용할 때도 조리량에 맞는 크기의 냄비를 선택하고 가능한 요리에서는 뚜껑을 활용하면 열 손실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특정 가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리할 음식의 양과 방법에 맞는 기기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10. 새 가전을 사기 전에 기존 제품부터 오래 사용하기
전기요금을 줄이고 싶다는 생각에 최신 고효율 냉장고나 밥솥부터 검색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오래된 가전을 고효율 제품으로 교체했을 때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큰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가전을 단순히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기 위해 너무 빨리 폐기하는 것이 항상 최선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전자제품을 만드는 과정에도 원료와 에너지가 필요하고 기존 제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전자폐기물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먼저
관리하기 →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 수리하기 → 수명이 다하면 적절한 제품으로 교체하기
순서로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지난 10편에서 살펴본 전자제품 제로웨이스트와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주방에서 전기를 줄이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주방의 에너지 절약은 한 번에 큰 변화를 만드는 방식이 아닙니다.
냉장고 문을 10초 덜 열고, 전기포트에 필요한 만큼만 물을 넣고, 전기밥솥의 불필요한 장시간 보온을 줄이는 작은 행동들이 반복되는 방식입니다.
개별 행동의 절감량은 가전의 종류와 사용시간, 효율에 따라 달라지지만 중요한 것은 에너지를 필요 이상으로 사용하지 않는 습관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습관은 자연스럽게 다른 생활 방식에도 영향을 줍니다.
냉장고를 정리하면서 음식물 쓰레기가 줄어들고, 밥을 소분하면서 필요한 양을 파악하게 되고, 기존 가전을 관리하면서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습관도 생길 수 있습니다.
결국 제로웨이스트는 쓰레기통 앞에서만 실천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냉장고 앞에서 5분만 실천해 보세요
지금 냉장고 문을 열기 전에 먼저 밖에서 내부를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딱 5분만 시간을 내 다음 항목을 확인해 보는 겁니다.
오래되어 먼저 먹어야 하는 식재료가 있는지
냉장실을 지나치게 꽉 채우지는 않았는지
냉장고 문이 제대로 닫히는지
적정 온도로 설정되어 있는지
냉장고 안에 같은 식재료가 여러 개 있는지
여기서 한 가지 문제만 발견하고 고쳐도 충분합니다.
제로웨이스트 생활은 하루에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불필요한 낭비를 찾아 줄이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전기요금 절약과 환경 실천을 함께
전기를 절약하는 행동에는 현실적인 장점도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전기를 줄이면 가정의 에너지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환경을 위해 무조건 참고 불편하게 생활하는 방식보다 내 생활에도 도움이 되는 습관을 찾는 것이 오래 지속하기 쉽습니다.
냉장고 문을 짧게 열고, 필요한 만큼만 물을 끓이고, 불필요한 보온을 줄이는 것은 생활의 편리함을 크게 포기하지 않고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가장 쉬운 에너지 절약은 ‘낭비하지 않는 것’
제로웨이스트라고 하면 물건을 버리지 않는 것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전기와 물, 음식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실천입니다.
오늘부터 거창한 목표를 세울 필요는 없습니다.
냉장고 문 빨리 닫기.
전기포트에 필요한 만큼만 물 넣기.
전기밥솥 장시간 보온 줄이기.
사용 중인 가전제품 관리하기.
이 가운데 하나부터 시작해 보세요.
새로운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오래 사용하고, 필요한 만큼만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이것이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시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로웨이스트 생활입니다.